시간을 좀 보내다가 한옥마을로 본격적으로 향했다.
체크인 시간이 생각보다 또 길어져서 다시 아이가 '엄마 , 기다리는 날 이에요?' 라고 물었다. 하지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지 않아서 감사했다. 그냥저냥 로비에서 장난을 치면서 시간을 보내고 40여분 흐른 뒤 방을 배정받아 짐을 풀고, 온돌방이라 넓었다. 난 침대가 좋은데.. 예약을 내가 이렇게 했다는데, 기억이 없다. 마음이 급했나보다.
2시간 정도 쉬다가 한옥마을로 나갔다. 날씨가 좋았지만 또 너무 더워서 바로 노는 건 무리였다. 가방에 대구 할머니께 받은 10만원이 있어서 쇼핑 할 때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ㅋㅋ 공예품이랑 이것저것 내가 사고 싶은 건 정말 많았으나 이 돈을 어디다가 쓰면 가장 좋을까 고민하다가 자꾸 좋은 물건을 놓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더 좋은 물건, 나에게 딱 필요한 물건이 내게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섣불리 사지 못했다. 아이랑 남편이랑 합류 해서 길거리 음식을 사서 먹었다. 그닥.. 맛은 없었다. 역시 이런 길거리 음식은 비슷 비슷한 맛이다. 그런데 무슨 줄이 그렇게 긴지? 그렇게 길 일이야? 그래도 젊은이의 유행을 한번 느껴보고 ㅎㅎ
저녁은 간단히 숙소 맞은편에 있는 돈까스 집에서 돈까스 먹었다. 아 느끼해~ ㅎ 시그니처 메뉴라는 치즈 어쩌고저쩌고 돈까스를 시켰더니 더 느끼했다. 아 안되겠다 한 바퀴 돌아야 할 것 같다고 하고 아이랑 남편은 편의점 들러서 쇼핑하고 간다고 해서 나 혼자 어둑어둑 해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있는 한옥마을로 다시 입성했다. 저녁이 되니 더 사람이 많아졌다. 어디서 다들 나온거야? 생각을 했는데 다음날 돌아보니 알겠더라. 곳곳에 있는 한옥이 세상에 숙박사업을 다 하더라. 어쩐지 숙박료가 생각보다 저렴하다 했다. 나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옥민박을 하고 싶은 곳이 몇군데 있었다. 돌다 보니 어쩜 골목 골목에 있는 한옥들까지 민박을 운영하시더라.. 진짜 이곳에 있나?? 하는 곳까지!! 속으로 우편배달부가 참 힘들겠구나.. 택시 운전사도 참 힘들겠구나.. 먹거리 골목을 지나 더 내려가다 보니 경기전이 나왔다. 경기전 맞은편으로는 전동성당이 보였고 초승달이 얼굴을 빼꼼 하고 내밀었다. 경기전에서는 무슨 음악이 계속 흘러나와 분위기가 묘해졌다. 나도 모르게 열려있던 경기전으로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입장시간이 지났었더라. 나는 문이 열려있어 몰랐고 지키던 분도 행사 관련된 사람이겠거니 한 모양이다. 경기전을 거닐며 잠깐 마스크를 벗었는데 오래된 문화재가 있는 곳에 사는 향기? 절 향기? 대흥사나 선운사에서 날법한 향이 갑자기 내 콧속으로 훅 들어왔다. 그날은 습도도 낮아서 경기전을 둘러싼 고목들 향기 경기전의 오랜시간 지켰던 사찰의 향기가 뒤섞여 이런 표현은 식상하지만 내 모든 세포가 다 일어난 느낌이었다.
얼마나 좋았던지 그 다음 주까지도 그 기억이 또렷이 나서 일상을 보내는데 적잖은 힘을 주었다. ㅋㅋ
경기전에서 나와 기분이 좋아져서 스타벅스를 찾으러 길을 나섰는데 신호등을 건너야해서 갈까 말까 고민 중에 카카오 프렌즈 샵이 보였다. 거기서 10만원 플렉스~~ 뭔가 기분이 안좋아보이는 남편을 위해 전주에만 특별히 판매한다는 -> 갓라이온의 한옥집 을 샀다. 기념으로 샀는데 10만원을 다 쓰고도 1만원이 모자라서 계좌이체를 했다. 탕진으로 이끌었던 카카오프렌즈샵ㅎㅎㅎ 대기업의 노예다.
돌아오는 길에 이곳 저곳 골목을 쏘다니면서 가고 싶은 카페도 점찍어보고.. 경기전 돌담길을 걸으면서 커플을 정말 많이 봤고, 이제 막 시작하려는 설레임 가득한 커플도 보고.. 막 사랑에 빠져있는 커플도 많이 보고.. ㅎㅎ 젊은 에너지도 얻은 기분이 들었다.
숙소에 와서 다시 현실로 왔지만은.. 그래도 너무 좋은 날.. 감사한 날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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