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만 떨어져 나가야지 라고 번뜻 생각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려볼 수 있을까 싶어서 강력본드를 붙였더니
안경알에 강력본드의 잔흔이 남아서 제 구실을 못하더라고.
그래서 그만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산산조각이 나더라.
그렇게 되어버렸어.
난 지금 새안경을 끼고있다.
지난 초여름에 내 욕심으로 샀던 안경을.
한번 부서져버린건 초초초초초초 강력 본드라도 안되는거야. 그렇지...?
그러나 시간이란.... 처음에는 멍석을 깔아줬다가 다음 순간 우리의 무릎을 꺾는다. 자신이 성숙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그저 무탈했을 뿐이다. 자신이 책임감 있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다만 비겁했을 뿐이다. 우리가 현실주의라 칭한 것은 결국 삶에 맞서기보다는 회피하는 법에 지나지 않았다. 시간이란... 우리에게 넉넉한 시간이 주어지면, 결국 최대한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던 우리의 결정은 갈피를 못 잡게 되고, 확실했던 것들은 종잡을 수 없어지고 만다.
회한의 감정, 더 복잡하고 온통 엉켜불어버린 원시적인 감정이다. 그런 감정의 특징은 속수무책으로 견디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을만큼 세월이 흘렀고, 그만큼 상처도 깊어 개선의 여지조차 없는 감정이었다.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이 아니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역사는 살아남은 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는 것을.